“인생은 팔자소관”

인생이 참 씁쓸하다.

세상살이가 참 요지경이다.

일요일 아침이기에 마루를 먼지걸레로 닦고, 베란다 청소를 했다. 집안을 청소하는 것도 꽤 힘든 노동이지만, 묻어나는 먼지를 보면서, 우리가 먼지와 함께 살고 있고, 좀 깨끗해지는 게 기분이 나아지는 게 흥미롭다.

나는 직업/일을 손 놓은 뒤로 줄곧 집안 청소를 해왔다. 가끔 왜 내가 청소를 혼자만 하는가 생각하다간, 청소를 하게 된 게 오히려 고맙게도 생각한다. 깨끗해 지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고, 자연스레 운동도 되니 반가운 일이지 않은가.

오늘 2022. 10. 30 일요일 아침 뉴스를 보면서, 처음 그 사망자 인원수를 들으면서, 그 숫자가 믿기지 않았다. 어제 저녁 이태원 핼러윈을 즐기는 인파들이 서로 엉키면서 죽은 사람이 무려 151명, 그리고 또 많은 숫자의 중상자 있다니, 어떻게 그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10대 20십대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어떻게든 몸부림치고 벗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오늘 집안 청소를 했다. 아무 소식이 없는 걸 보니 내 손자, 내 형제들 가족들은 그곳에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 세상에 사고 소식은 빠르게 비중 있게 전달이 된다. 공사 현장, 제조 공장, 교통사고, 치정사고, 온갖 사고가 일어나지만, 이렇게 놀고 즐기려다 허황되게 비명에 가는 사고가, 그것도 한 자리에서 백 몇 십 명이 목숨을 잃다니, 인간 생명이 뭔지 새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달 산행에서 좀 아래 후배가 여러 이야기 끝에 “선배님,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어왔다. 누구나 쉽게 묻고 대답할 주제가 아닌 걸 알면서도, 진지하게 묻기에 그냥 내 생각을 담담하게 말하게 되었다.

그때 했던 이야기의 초점을 좀 더 풀어서 말한다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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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체, 한 인간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요인은, 크게 먼저 유전적 조건입니다. 개인의 신체와 정신의 기본을 결정하는 것은 부모와 또 그 위 혈통의 유전자가 지금의 나에게 어떻게 유전되었나가 크게 작용합니다. 이것에는 어떤 민족, 혈통에 속하느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를 낳아준 부모의 유전적 조건입니다. 이것이 특히 우리 신체의 기조적 질병에 있어서 적어도 2,3십 퍼센트는 차지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태어난 시대, 태어난 국가 장소입니다. 지구의 수 많은 생명 가운데 인간으로 태어나면서, 원시시대부터 근세를 거쳐서 현대, 현세 지금의 시대에, 그리고 수 많은 나라 민족 가운데 한국, Korea에 태어났다는 조건이 우리의 인생을 3,4십 퍼센트 그 기본 바탕을 마련해 줄 것입니다. 서울에 태어나고 권세를 누렸던 집안의 후손인가, 그래서 좋은 환경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며 성장을 하였는가. 아니면 어느 벽지 농촌에서 어렵게 농사를 지으면서 평범하게 생계를 이어온 평범한 인간의 후손인가에 따라서 각각 다른 인생이 전개되었을 것입니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태어난 시대의 여건입니다. 오늘 이 시대처럼 다른 여러 나라의 여건이 우리의 경제와 정치에 강한 영향을 주는 시대적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석유파동이나 반도체 생산 문제로 산업이 요동치거나, 이웃 국가의 지도자가 자기 집념에 빠져서 이웃을 침공하게 될 때, 우리는, 젊은이는 생사를 모를 전쟁터로 나가야 할 것이고, 더 나아가 만약 핵 무기라도 사용하게 된다면, 위에 말한 모든 여건이 한 번에 요동치고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한 한 국가가 어떤 특정한 사상과 종교의 전통에 빠져서 개개인의 정신과 생활을 지배하게 된다면, 그 사상과 종교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 개인은 그러한 영향과 통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인간의 생애를 결정하는 요소는 그 개인의 선택, 자유의지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선택을 한 인간이 자기만의 순수한 자유의지라고 표현하지만, 순수한 자유 의지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위에 말한 모든 여건 안에서 자기의 생존과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기에, 그 선택은 이미 그 사람의 성장 여건에 따라 형성된 지식/지능으로 영향을 받은 결과가 일으켜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개인의 선택, 결정이 그 인간의 진로를 결정하고 그에 따른 결과로서 현재의 한 인생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한 인간은 생명체의 유전적 요소, 태어나고 성장하는 시대와 장소의 여건에 따라서, 그리고 그 결과로 주어진 인간이 판단하는 선택의 결과가 그 인간 자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도대체 그러면 어제 핼러원을 즐기려고 이태원 거리로 나갔다가 허망하게 생명을 잃은 수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다시 자문을 해 본다.

 인생은 어쩌면 우리가 흔히 쉽게 말하는, 팔자소관인지도 모른다.

 2022. 10. 30

삼 현 (三 玄)

# (사전의 말 풀이)

팔자 소관 ( 八字所關 ) : 타고난 운수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당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