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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아라 ! (옮긴 글 )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아라! 한·미는 지금 연합작전 중?

선일보 [아무튼,주말]

韓 반도체 회사 ‘매그나칩’ 中 사모펀드에 인수 논란

권승준 기자 입력 2021.07.03 03:00

“미국의 대중(對中) 전략을 알고 싶다면 한국의 반도체 회사 ‘매그나칩’을 살펴봐야 한다.”

일러스트=안병현


지난달 22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이런 주장을 펼치는 기사 한 편이 실렸다. 매그나칩은 과거 하이닉스반도체 비메모리사업부를 모체로 하는 중견 반도체 회사다. 2004년 하이닉스에서 분사한 뒤 2009년 미국계 사모펀드가 인수해 2011년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법적으론 미국 회사에 가깝지만 회사 본사, 연구개발센터 및 공장 등 주요 시설은 한국에 있고 대표이사는 물론, 900여 직원 대부분이 한국인이라 실질적으론 한국 회사다. 시가총액은 1일 기준 약 11억달러(약 1조2300억원)에 달한다.

지난 3월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이 이 회사를 14억달러(약 1조589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인수 당시 매그나칩 주가보다 50%가량 웃돈을 얹은 금액이었다. 시장에선 중국계 사모펀드가 그만큼 이 회사 반도체 기술을 높게 본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이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국내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매그나칩 노조는 이런 우려를 근거로 “회사 매각을 막아 달라”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 청원을 올렸지만, 여론의 별다른 호응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 5월 30일 갑자기 미국 정부가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가 이 인수 계약을 심사하겠다고 나서면서 인수 절차를 중지시킨 것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도 최근 매그나칩 인수를 견제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IT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기술을 국산화하겠다며 ‘반도체 굴기(倔起)’에 나선 것을 한·미 양국이 연합 작전으로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 막자?

매그나칩의 주력 반도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이다. DDI는 OLED 패널을 작동시키는 반도체로 TV나 스마트폰에 반드시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특히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DI 생산 부문에서 매그나칩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생산 업체다. 반도체 관련 기술 특허만 3000여건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갑자기 매그나칩의 인수를 막고 나선 것도 DDI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외국인투자위원회는 외국 회사가 미국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투자할 때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심사하는 정부기관이다. 이 기관이 나섰다는 건 미국이 이번 사안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알린다는 의미다. 매그나칩이 실질적으로 한국 기업이지만, 주요 주주들이 미국 투자자들이기 때문에 미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법적 명분도 있다. 외국인투자위원회가 매그나칩 인수 계약을 검토한 뒤 불허 결정을 내리면 해당 인수 계약은 무효가 된다.

공교롭게도 우리 정부도 미국과 거의 동시에 비슷한 조치를 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가 나서기 전인 지난 5월 1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디스플레이 전문위원회를 열고 OLED 구동칩 관련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 회의에는 국가정보원에서 산업 기술 유출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도 참석했다. 그리고 지난달 9일 OLED 구동칩 관련 기술이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됐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르면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해외에 매각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매그나칩은 지난달 16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합병 신고 및 승인을 받으라는 서한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즉, 우리 정부도 매그나칩의 인수를 심사할 법적 근거를 급히 마련하고 개입하는 모양새다.

국내외에선 한·미 양국의 짜맞춘 듯한 행보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공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매그나칩의 인수 절차를 중단시킨 직후인 지난달 8일 ‘반도체 등의 핵심 공급망 강화 전략’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한국을 74회나 언급했다. 이 보고서에선 “미국은 핵심 파트너들과 함께 반도체와 관련된 연구·개발 기회를 더 많이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만, 유럽, 일본과 함께 한국을 지목했다. 미국이 한국을 반도체 동맹국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가 나온 날 우리 정부가 매그나칩의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한 사실 역시 ‘한·미 연합 작전설’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OLED 구동칩 관련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한 건은 미국과 관계없이 우리 정부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 사안”이라며 “국정원이 기술 지정 회의에 참석한 것 역시 통상적인 절차일 뿐”이라고 말했다.

매그나칩은 본보기 사례?

반도체 업계와 외교가에선 한·미 양국의 이런 개입이 이례적인 강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매그나칩은) 미국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지 않고, 군사 문제와 관련 있는 기술도 아니며, 미국 노동자나 지식재산권과도 관련조차 없는, 연매출 5억달러(약 5600억원)에 불과한 작은 한국의 반도체 기업일 뿐”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아무리 작고 미국과 상관 없는 회사라도 반도체 회사라면 중국 자본에 넘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본보기’ 같은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도 매그나칩이 보유한 OLED 구동칩 관련 기술이 국가 핵심 기술에 지정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매그나칩은 이번 인수로 중국에 반도체 기술이 유출될 우려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준 매그나칩 대표는 “매그나칩이 와이즈로드에 인수되면 중국 자본에 넘어간다거나 본사가 중국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와이즈로드는 중국이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지역의 투자자들이 돈을 투자해 운영하는 곳이며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를 인수했을 때도 회사 경영진이나 사업 구조를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2025년까지 2조원을 투자해 한국에 있는 연구·개발센터와 생산 시설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과거에도 한국 반도체 회사가 중국에 팔렸다가 기술만 유출당하고 버려진 사례가 있어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그나칩과 마찬가지로 하이닉스 반도체의 액정표시장치(LCD) 부문 사업부였다가 독립했던 하이디스가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2002년 중국 회사 ‘BOE’에 인수됐다. 하지만 BOE는 하이디스를 인수한 뒤 기술만 빼내서 국산화에 성공하고 하이디스는 부도 처리해 버렸다. 이후 2003년부터 LCD를 생산한 BOE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 분야의 강자였던 삼성과 LG를 밀어낸 뒤 시장 패권을 차지한 상태다. 이번에 문제가 된 OLED 기술은 LCD보다 발전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중국이 수년간 확보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번 매그나칩 사례가 한·미 양국이 LCD 산업을 중국에 내준 것을 교훈 삼아 미리 중국을 견제하는 첫 케이스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영국계 사모펀드가 매그나칩을 20%가량 더 비싼 가격에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한·미 양국 정부가 각각 매그나칩 인수에 대해 심사하는 셈인데 빠르면 다음 달, 늦으면 9월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반도체 업계가 매그나칩 인수 사건이 미·중 반도체 전쟁의 서막이 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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